원제는 Spread. 찾아보면 펼치다, 연장하다 등의 뜻인데 이 영화에서는 대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잘 모르겠다. 애쉬튼 커처가 자기 작업 방식을 '펼쳐' 보여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매번 여자들에게 '부벼대며' 얹혀 살아서 그런건지 모르겠다만 울 나라 제목은 S 러버라는거-_- 참 저렴한 제목이지만 스프레드, 라고 나온 것보단 낫지 싶어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보면서 극장 개봉했을 때 봐줬어도 괜찮았겠다 싶었던 것이 살짝 후회스러웠다. 감독이 <할람 포>의 데이빗 멕킨지지 말입니다. 그런데 개봉 당시에 평이 너무 안좋아서 바쁜 와중에 시간 내서 볼 만한 건 아닌가보다 싶어 포기했던 게 아쉽다. 극장서 대형 화면으로 애쉬튼 커처의 등뼈를 감상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됐을텐데 말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이 싫어할 만한 이야기긴 하다. 조건 좋은 여자를 골라서 얹혀 사는 니키는 작업의 고수다. 이번에 잡은 여자는 LA 전경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좋은 집에, 벤츠를 몰고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다. 연상이기는 하지만 얼굴도 예쁘고 그의 작업에도 참 잘 넘어가 준다. 하지만 니키는 섹스만 할 뿐 사랑에 빠지진 않는다. 그러던 그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헤더에게 작업을 걸지만 그녀가 넘어가질 않자 오기가 발동하는데... 뭐 알고 보면 헤더 역시 그와 비슷한 작업녀였다는 사실. 그리고 작업녀와 작업남이 좋아하게 된다는 얘기까지야 드라마 단막극에서도 수없이 많이 했던 레파토리 중 하나다. 그리고 결말은 의외로 깬다.
세상만사 기브 앤 테이크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가끔은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내겐 물물교환으로 보일 때가 있다. 정말 '조건없는 사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나는 부모님의 사랑마저도 조건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타인들의 사랑보다 조건이 적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기에는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다. 부모님은 내가 말을 잘듣는다는 가정 하에 나에게 학비를 제공해주셨고 사랑을 주셨다. 내가 부모님의 말을 거역하거나 내 멋대로 살았다면 지금까지 나에게 준 사랑의 양과 완전 일치하는 애정을 주셨을 것 같지는 않다.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조건을 따지는 결혼을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결혼이 물물교환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과 동시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여성들은 더욱 조건을 따지게 된다. 남성들 역시 조건을 본다. 여성들의 젊음과 아름다움이다.
현대 사회는 명목상 계급이 없는 평등 사회지만 이 시대야말로 계급사회라고 생각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지위에 따라 자식의 위치가 정해지고 자라나면서 계급간의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렇게 되면 가진 것이 없는 젊은 남녀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서 신분상승을 하는 수밖에 없다. sex sales가 그것이다. 차근 차근 벌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 생각이고. 나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좋아했다. 내가 그렇게 살지는 않아도(못해도) 그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 혹은 남성에 대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자기 생긴대로 사는 것이니까.
니키가 하는 대사가 있다. - 왕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개구리와 키스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 고.
<러브 앤 섹스>라는 영화에도 나온 적이 있는 대사인데 미국에서는 꽤 흔한 말인가보다. 어쨌든 뒤이어 니키는 이렇게 말한다. - 그러나 이 곳에서는 모두가 왕족이다. 개구리들은 키스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그렇다. 니키가 깨달은 것은 개구리가 왕자인 척 해봤자 결국 개구리인 것이 탄로날 뿐 그것은 개구리의 진짜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구리는 왕자가 될 수도 없고 왕자가 되지 않는 이상 개구리에게 키스할 공주는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 니키는 결국 독립적인 삶을 택한다. 그러나 나는 니키가 몽상가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헤더의 선택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된다. 어떻게 보면 남성/여성의 차이가 니키/헤더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처음에는 <영 아담>, <할람 포>의 데이빗 멕킨지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좀 칙칙한 영화를 잘 만드는데 애쉬튼 커처를 내세운 이번 작품은 약간 섹스 코메디 느낌인데, 싶었던 거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 영화의 결론이야말로 상당히 데이빗 맥킨지스럽고 암울하다. 니키 대용의 남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니키는 이 도시에 붙박이로 살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모른다. 암울하지 않나. 이 영화의 반헐리웃적인 결말이야 말로 이 영화가 너무 박한 평가를 받았다는 증거다. 한국 남성들은 너무나 그 결론을 싫어하겠지만 말이다.
* 노골적인 섹스씬들이 꽤 등장한다. 역시 데이빗 멕킨지 감독.
애쉬튼 커처가 정말 매력적으로 등장. 눈가에는 장난기가 자글자글한데 또 감성적인 연기도 되고 멋지더라.
데미 무어가 쳐부러울 뿐.
** 음악이 정말 좋다. <할람 포>의 음악도 참 좋았는데.
ost 사고 싶지만 발매가 안됐다.
| |||||||||||
TAG 애쉬튼 커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