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악몽을 꿨다. 1년에 한 번쯤 비슷한 레파토리의 악몽을 꾸는데 항상 펑펑 소리내어 울곤 한다. 그리고는 다시 잠에 빠진다. 물론 몇 시간씩 자고 일어나도 꿈의 내용이 비교적 선명하고 눈물 자국까지 얼굴에 남아 있는지라 기분이 좋지 않다.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잠이라도 자야할 만큼 정신적으로 피폐해짐을 느낀다. 그런데도 라디오헤드나 줄창 듣고 앉았으니 더 그렇지-_- 음악을 좀 바꿔야 할 필요를 느꼈다. 1년 전에 한참 씨디를 지를 때 끼워 사놓고 한 번도 듣지 않았던 김현철 베스트. 분위기 쇄신을 위해 틀어봤다.
하악.
정말 좋다.
김현철은 어덜트 컨템포러리(라고 표현했을 때 느껴지는 의미가 또 있지 않나), 그니까 성인 가요를 정말 잘 만든다. 얼마 전만 해도 노총각 4인방으로 활동하다가 요즘은 이상한 키즈 팝 앨범인가 뭔가를 낸다고 한참 자기 앨범을 안 만드는 것 같은데 그게 넘 아쉽다. 그의 대박 히트곡들, 그러니까 <달의 몰락>이나 <그대안의 블루>같은 건 너무 들어서 되려 잘 안 듣는 편이고 <춘천 가는 기차>같은 노래도 히트곡 수준이니까 패스한다. 하지만 다른 곡들, <검은 치마를 입고>나 <멋쟁이>, <사과나무>같은 곡들은 편안하고 은근해서 정말 좋다. 고백하면 가장 좋아하는 김현철 노래는 <왜 그래>이다. 모르겠다. 난 그 곡이 너무나 좋다. 헤어지는 내용인데 신나는 분위기라는 것 때문에 그런가? 그냥 좋다.
재즈 분위기를 내는 악기들을 브라스라고 하던가? 그것들을 잘 얹어 내서 그런지 가요스러운 후렴구를 달고 있으면서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우아하다. 김현철의 보컬이 아쉬울 때는 많지만 누가 부르던 너무 잘 부르는 사람이 부르지 않았을 때 매력적인 곡들임에는 확실하다. 자신이 불러야 하는 곡을 쓰는 경우에는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음역대의 곡들을 쓰게 될 테니까 그럴 만도 하지만. 그의 비음 섞인 목소리를 너무나 싫어했을 때도 있었는데 워낙 곡들의 완성도가 뛰어난 데다가 그가 지나치게 잘 부르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더 질리지 않고 오래 듣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기작들 좀 잘 모아서 제대로 된 베스트 앨범 좀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베스트 앨범도 나쁘지는 않은데 중간 중간 연주곡들로 편곡해 버리고 원곡을 들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 진짜 짜증났다. 다른 2씨디의 베스트 앨범이 또 있는 것도 아니니 사들을 수도 없고. 막상 연주곡 버전으로 <일생을>이나 <그대안의 블루>같은 곡을 들으니까 이건 뭐 야밤에 성인 스탠드바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어서 간지러웠다. 이 앨범 이후에도 몇 개를 더 냈으니 나름 좋은 곡들도 많은데 키즈팝 앨범 내지 말고 베스트 앨범 좀 잘 뽑아주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거의 다 품절이 된 그의 앨범을 다 사서 모을 만큼 좋아하지는 않지만 라디오헤드같은 거 듣다가 지친 심신 달랠 때에는 꼭 필요한 곡들이니까. 이 바람이 김현철에게 닿기를.
* 너무 짧아서 아쉽기까지 한 'Where are you'를 듣고 가슴이... 가슴이...
[ CD 1 ]
1. 총각파티 2. 멋쟁이 3. 춘천가는 기차 4. 그렇더라도 5. 일생을 6. 연애 7. 비가와 8. 달의 몰락 9. 그런대로 10. Where Are You 11. 동네 12. 거짓말도 보여요 13. 사랑에 빠졌네 14. 크리스마스에는
[ CD 2 ]
1. 그대니까요
2. 오랜만에
3. 왜그래
4. 언제나 그댈
5. 사과나무
6. 이길은 언제나
7. 까만치마를 입고
8. Let It Out
9. 나의 그대는
10. 그대 안의 블루
11. 연습실에서
12. 그럼에도 불구하고
13. 끝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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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 2010/03/03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 전에 놀러와에 나오셨더라고요.
키즈팝도 좋지만 정규 음반이 기다려지는 가수에요..
전 연애라는 곡과 거짓말도 보여요란 곡을 좋아한답니다.
아... 거짓말도 보여요, 저도 좋아해요. 놀러와에 왜 나왔징?-_- 새 앨범 내나 궁금해지네요. 가끔씩 댓글 주셔서 넘 반갑고 감사해요. 영재님 블로그에 갔는데 글씨가 작아서(ㅋㅋ) 라섹수술한지 얼마 안된 제가 읽기엔 넘 힘들어 아직 댓글을 못 남겼어요. 그래도 조금씩 꼭 보고 있어요. 글 넘 좋으시더라구요^^
연필아해 2010/05/01 1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lle79님, 음악일기 글들이 줄어 든거 같은데, 혹시 몇 개 지우셨나용?
아, 네... 지우긴 지웠는데 예전에 몇 개... 근데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고ㅎㅎ 아마도 사진 찍어놓고 거창하게 써놓으려고 했던 거 지운 것 같아요ㅎㅎ
기억력 디게 좋으시네요^^*
2010/05/01 2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시월애 ost는 제가 올린 적이 없었는데요ㅋㅋㅋ
근데 연필아해님의 댓글에 제가 약간 삐진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ㅋㅋㅋ